결혼을 앞두고 양가가 공식적으로 만나는 첫 행사인 상견례, 마치고나서 각기 집으로 돌아간 가족들의 표정은 어떨까요?
가리봉동 유명 오릿집 “가리봉유황오리(가상공간)”에서 네시간 전 상견례를 하고 개봉동 자택으로 돌아온 계철만(66, 아버지, 가명) 씨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반기는 개를 발로 차고 냉장고 문을 거칠게 열고 어제 먹다 남긴 막걸리를 원샷했습니다.
그의 처 송말순(63, 어머니, 가명) 씨는 힘들게 장착한 앞머리가발을 머리털이 뜯기도록 잡아뽑고 계철만을 향해 아니 말못하는 개를 왜 패냐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다가 안방에 가 수건으로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누워서 끙끙 앓고 있습니다.
계무안(30, 예비신랑, 가명)은 문지방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들의 상견례 자리를 불편하게 만들었을까요?
한 웨딩회사의 자칭 국대급 상견례 마스터 조송송 선생(가명)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앞으로 이야기하는 10가지 대사 중에 저 상견례 자리에서 한 문장 이상 쓰였을 확률이 97% 이상이오.”
과연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요?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합시다.
10. “근데 돈은 누가 내나? 난 딸보내는 입장이니 그쪽이 내쇼!”, “무슨소리야 난 멀리서 왔는데!”
-빈정포인트. 모처럼의 자리인데 식사비용 지불 문제는 은근히 예민해서, 자존심 문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상견례 Tip. 미리 정하세요! 보통은 남자가 낸다고는 하지만 더 멀리서 오신 분들이 계시면 가까운 곳에서 나오신 쪽이 손님 치루는 개념으로 내기도 합니다. 요즘은 자녀분들이 내는 경우도 많아요. 한쪽이 내고 집에 가는 길에 “엄마, 사실 아까 그거 예비신부(신랑)이 살짝 찔러주더라구^^” 하며 즐겁게 대접받는 기분을 느끼시게 하시면 좋겠죠?
9. “이야~ 티케이면 새부리당 찍었겠구만~, 나가 기명삼선생님 때 서기관하던 장복동이랑 7촌 형아우하는 사이인데, 요즘 국회가 개판이여~ 여소야대 국면에....”
-빈정포인트. 정치이야기는 하지마세요. 이산가족이 만나 얼싸안고 울다가도 정치이야기 나오면 멱살 잡습니다.
-상견례 Tip. 어르신들 중에서는 처음 보는 상대가 자신과 비슷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 경계하며 확인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초면인 개들이 서로의 똥구멍 냄새를 맡으며 신원을 확인하듯... 혹시 부모님께서 이런 분이시라면 사전에 민감한 주제는 꺼내지 말아주십사 충분히 설득을 하고 가는 게 좋아요!
8. “그 물려준다는 아파트는 30평이라는데 실평수로 몇평인거에요? 융자 낀 거 아니죠?"
-빈정포인트. 상대방의 재산에 대해 너무 당연하게 꼬치꼬치 캐묻지 마세요. 내 아들, 딸과 우리 집을 돈으로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마저 들기 마련입니다.
-상견례 Tip. 결혼 전 서로의 경제 상태, 건강 상태 등을 꼼꼼히 알아보는 것은 좋으나, 상견례 자리나 부모님들 간에 다이렉트로 여기에 대해 묻는 것은 큰 실례입니다. 부모님께서 이에 대해 매우 중시하시고 호기심을 가지시는 편이라면 평소에 어느 정도 본인이 센스있게 풀어드리는 편이 낫습니다.
7. “우리 애가 저를 닮아서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야무져서 회사서도 인정받고 중신 서는 사람들도 바글바글했어요. 의사, 변호사 다 마다하더니... 이게뭐니 이게”
-빈정포인트. 나와 우리 가정, 내 자녀를 존중해주길 바라는 마음, 모두의 부모님의 마음일 것입니다. 모두에게 귀한 아들딸인데 `손해보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사돈을 그 누가 보고 싶어할까요?
-상견례 Tip. 상대방의 자녀와 집안을 북돋아주고 좋게 생각한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 게 좋아요. 대신 그렇다고 하여 본인의 자녀와 가정을 낮추거나 비하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6. “A형은 속이 쪼잔해서 못써”, “막내는 철부지라 너무 싫어”, “뚱뚱한 사람은 게을러서 별로야”, “홀어머니라 걱정했는데”, “ 귀가 칼귀면 범죄자상이라 안좋은데”, “왼손잡이는 가정교육 문제”
-빈정포인트. 특정 사람들을 싸잡아 비하하는 표현은 일상생활에서도 피해야 합니다. 설령 그것이 상대편을 추어올리기 위한 소재일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위에 A형, 막내, 뚱뚱한 사람, 홀어머니, 칼귀인 친인척 없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상견례 Tip. 사실 이런 건 막기 힘듭니다. 편견 하나 없으신 어르신들은 좀처럼 없답니다. 하지만 내 부모님께서 설령 이런 실수를 하셨다고 한들 “저희 부모님께서 사고방식이 고루하셔서...”라는 등 부모님을 깎아내리는 발언은 절대 하지 마시고 가능하면 좋게 좋게 다음 주제로 넘어가시는 게 좋습니다. 내 편 안 들어주는 자녀에 대한 서운함이 차마 자녀에게 가지 않고 상대방 집안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기 쉽거든요.
5. “미정이 너, 이기지배 이뇬이? (손을 올리며 때리는 시늉)”, “정팔오빠, 너가 맛있대매 ㅋㅋ 니말을 믿은 내가 븅딱이지”
-빈정포인트. 서로간에 편하다고 격식에 맞지않는 말투를 사용하거나 비속어, 흉내라도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됩니다.
-상견례 Tip. 상견례 분위기가 즐겁고 화기애애하다고 해서 정신줄을 놓아선 안됩니다! 아무리 상대편 부모님이 날 귀여워하시고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하여도 계속 관찰당하는 입장임을 잊지 맙시다.
4. “얘 형수는 이봐여대 레슬링과 나왔다우. 처가가 아주 잘살어서 덕을 많이 본다네. 인물도 좀 좋아?”
-빈정포인트. 비교하지 마세요.
-상견례 Tip.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는 게 좋아요. 걔보다 못났다도 잘났다도 모두 기분 나쁠 수 있어요.
3. “이제 제사 때 큰고모 전부치느라 몸살날 일 없겠어요”, “우리 예비사위가 있어서 벌초 걱정 많이 덜었네~ 고맙네!”
-빈정포인트. “나는 너의 향후 자식을 부려먹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뉘앙스의 멘트
-상견례 Tip. ‘귀한부모+귀한부모’, ’귀한자식+귀한자식’임을 잊지 맙시다~
2. “내가 그 눈오는 날 얘가 아파서 다 죽어갈 때 눈발날릴 때 산길을 걸어서 그 붉은 홍화씨를 얻어다가 삼일을 고아먹였는데.... 흑흑.. 그리 키웠는데... (울음)”
-빈정포인트. 내 새끼랑 결혼하는 게 그렇게 통곡할만큼 불행한 일인가?
-상견례 Tip. 신파적인 분위기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어느 정도 모두가 호응할만한 아재개그 몇개라도 준비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얘야, 새신자명부에 등록해 두었으니 매주 주일마다 만나자꾸나. 얼마나 좋으니? 성가대는 7시까진 와야 한다. 자, 여기 네 이름이 적힌 성경책이란다.”
-빈정포인트. 하지마세요!
-상견례 Tip. 못하게 하세요!
자, 어떠세요?
어느 정도 공감도 되면서, 나름 상견례 시 이런 마음가짐만 서로 가진다면 빈정 상하는 일 없이 스무~스하게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으세요?
결혼을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 파이팅입니다!!